원유값 첫 인하에도…웃지 못하는 우유업체들

입력 2016-06-29 19:24   수정 2016-06-30 05:50

낙농진흥회, L당 18원 내려

"적자로 우유값 인하 어려워
인하폭 작아 실효성도 의문
유통업체도 고통 분담해야"

근본책은 원유 생산 줄여야



[ 노정동 기자 ]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가격이 18원 인하된다. 낙농진흥회는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올해 유가공업체들이 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전년(L당 940원)보다 18원 내린 L당 922원으로 결정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 안정과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수립된 정책을 지원하는 단체로 농협 축산경제 대표,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한국유가공협회 회장, 낙농진흥회 회장이 협의해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8월1일부터 1년간 적용

인하된 원유가격은 올해 8월1일부터 내년 7월31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 원유가격이 내리는 것은 2013년 ‘원유기본가격 계산 방식’(이하 원유가격연동제)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첫해에는 원유가격이 L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약 13% 뛰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2년 연속 가격이 동결됐다.

낙농진흥회는 이번 원유가격 인하가 우유 소비 정체와 수급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기준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량은 1만7086t이다. 지난해 같은 달(2만1944t)에 비하면 22.1% 줄었지만 여전히 적정 분유 재고량 기준인 8000t보다 2배 이상 많다. 반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지난해 26.6㎏으로 13.6% 감소했다.

원유를 좀 더 싼값에 사들이게 됐지만 유가공업체들은 여전히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원유가격 인하에 따라 우유 소비자가격이 100원 이상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의 물가상승률 1.7%와 인건비 유통비 인상 등을 감안하면 우유값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게 유가공업체들의 주장이다. 유가공업체들은 지난 몇 년간 흰우유 부문에서 큰 폭의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유가공협회 회원사들은 흰우유 부문에서 75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국내 1위인 서울우유는 적자 규모가 100억원에 달했다.

원유 생산농가를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생산단가를 이미 낮출 대로 낮춘 만큼 대형마트 등의 유통마진을 줄여야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1L짜리 흰우유는 대형마트 기준 2600원 안팎이다. 유가공업체는 낙농가에서 정해진 가격에 원유를 사와 살균, 포장 같은 가공비와 인건비, 배송비를 들인 뒤 소비자가격에서 1~2% 이익을 남기고 대형마트에 1700원에 넘긴다. 대형마트는 보관비, 냉장비, 운반비 등을 투자한 다음 소비자가격의 20~25% 이익을 남기고 2600원에 판매한다. 판촉행사를 통해 우유를 할인 판매하는 경우 비용은 유가공업체가 부담한다. 우유 소비가 줄어 할인 판매가 많기 때문에 유가공업체가 적자를 보는 구조다.

◆생산량 줄여야 한募?주장도

근본적으로는 우유 가격 결정 구조에서 수요·공급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원유가격연동제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의 원유가격연동제는 유제품 소비가 아니라 낙농가의 생산비에 연동돼 원유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재고가 넘쳐도 낙농가가 생산을 줄이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우유회사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유가공업체들이 정해진 쿼터만큼 원유를 전량 구매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원유가격 결정 구조에선 원유 소비량에 관계 없이 농가들은 생산만 하면 소득을 보장받기 때문에 과잉 생산과 재고 증가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유가격연동제

통계청 우유 생산비 지표와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 과거 원유가격을 결정할 때 낙농가와 유가공업체가 갈등을 반복하자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도입했다. 관련 단체들이 가격 협상을 하고, 이 결과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원유가격을 결정한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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